인덕원은 참 묘한 동네다. 서울 끝자락 같으면서도 경기권 특유의 넉넉함이 있고, 번잡한 듯 하면서도 어쩐지 정돈된 느낌이 있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평일 점심시간엔 뭔가 체계적인 분주함이 느껴지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외식객들이 슬슬 모여드는 분위기다. 바로 그 와중에 우뚝 솟아 있는 곳이 있다. 등촌샤브칼국수 인덕원점.
이 집은 말 그대로 “전통적인 맛의 진화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판부터 아주 정직하다. 샤브. 칼국수. 그리고 깔끔한 외관. 뭔가 복잡한 콘셉트 따위는 없다. ‘우리는 이거 한다. 잘 한다.’ 딱 그 마인드. 그게 또 믿음이 간다.
샤브샤브 + 칼국수, 이상하다고? 웃기는 소리!
샤브샤브 먹고 칼국수 말아먹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졌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거다. 이 조합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궁극의 정답이다. 따끈하게 국물 우려내서 고기 익혀 먹고, 그 국물에 면 삶아서 또 먹고, 그걸로도 부족해 볶음밥까지 해먹는, 그야말로 한 냄비로 삼세판 돌리는 인류 최고의 식문화다.
그리고 이 집은 그 정답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느낌이었다. 육수는 기본적으로 맑은데, 진하다. 속이 확 풀릴 정도의 깔끔함에 은은한 감초 향 같은 게 돈다. 여기에 야채가 들어가면서 단맛이 배어나오고, 샤브용 소고기가 국물에 스치듯 익혀지면 갑자기 국물이 말도 안 되게 깊어지기 시작한다. 입에 넣자마자 육즙과 감칠맛이 동시에 터지는 그 느낌, 이건 해본 사람만 안다.
고기는 얇은데 전혀 물컹하지 않다. 적당히 힘이 있고, 씹을 때 육향이 스윽 올라오는 게 아주 만족스럽다. 고기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몇 점만 먹어도 굉장히 든든하다. 그냥 배만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몸 안을 국물로 마사지하는 기분이었다.
칼국수 투하 – 여기서 인생이 반전된다
고기 다 먹고 나면 슬슬 클라이맥스로 접어든다. 면 등장. 이건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영화에서 히어로가 엔딩 10분 전에 갑자기 각성하는 장면과도 같다. 고기, 야채, 온갖 재료가 푹 담긴 육수에 칼국수 면이 들어가면... 그냥 끝났다.
면이 진짜 예술이다. 탱글탱글한데 지나치게 두껍지 않고, 국물이 너무나 잘 스며든다. 한 입 후루룩 넣으면 그 부드러움과 동시에 오는 얼큰한 국물의 공격성에 깜짝 놀란다. 입 안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바빠진다. 매운맛이 과하지 않은데도 혀를 자극하는 그 농도, 속이 뜨끈하게 채워지는 느낌. 아, 이래서 다들 이 집 얘기하는구나 싶었다.
볶음밥 – 이걸 안 먹고 나간다는 건 범죄다
이쯤 되면 이제 마무리해야 할 타이밍이다. 그런데 그냥 일어나는 건 모욕이다. 반드시 볶음밥을 먹어야 한다. 남은 국물에 밥을 넣고, 김가루랑 부추, 달걀까지 넣어 볶아준다.
어느 순간, 팬 바닥에서 지익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볶음밥의 신세계가 열린다. 노릇노릇한 바닥에 달라붙은 부분까지 긁어먹으면 고소함이 미쳐 돌아간다. 고기 먹을 때는 몰랐던 맛이 볶음밥에서 터지는데, 그건 단순한 밥이 아니라 국물의 혼이 담긴 맛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김치가 너무 잘 어울린다. 김치는 적당히 잘 익었고, 적당히 칼칼하다. 볶음밥이 고소하고 묵직하니까 김치 한 점 얹어서 입에 넣으면 그 조화가 기가 막히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눈을 감게 된다.
만두는 안 먹었지만…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이번엔 만두는 주문하지 않았다. 배가 너무 불러서 아쉽게도 패스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나온 걸 얼핏 보고 향까지 맡아보니, 아 이거 다음엔 꼭 시켜야겠구나 싶더라.
큼직하고 통통한 손만두 스타일. 피는 적당히 두께감 있어 보이고, 투박하지 않게 정갈했다. 터질 듯한 만두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게, 보기만 해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예상하건대, 고기와 두부, 부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속일 거고, 육즙이 과하지 않게 안에 응축돼 있다가 입에서 툭 터지는 스타일일 것 같다.
그리고 이 집 스타일이라면, 무조건 만두도 ‘국물에 찍어 먹으면’ 제 맛일 거다. 다음엔 꼭 먹어야지. 지금 글 쓰면서도 자꾸 생각난다. 얘는 진짜 죄다. 안 먹고 온 내가 죄인이다.
마무리 – 인생의 해장, 인생의 회복, 인생의 포만
등촌샤브칼국수 인덕원점은 단순히 배 채우는 식당이 아니다. 여기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회복되는 공간이다. 먹는 내내 감탄이 끊이질 않았고, 먹고 나와서도 그 따뜻함이 가슴 한켠에 남는다.
쓸데없는 얘기 하나만 하자면, 여기 다녀온 날 퇴근길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평소 같으면 무거운 몸 이끌고 축 처져서 집에 들어갔을 텐데, 이날은 속이 데워져서 그런가, 기분이 너무 좋더라. 집 가서도 괜히 김치 꺼내다가 다시 볶음밥 생각나고, 면 생각나고, 그 국물 생각났다.
그게 음식의 힘 아닐까.
안양 인근에서 든든하고 확실한 한 끼 찾는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등촌샤브칼국수 인덕원점. 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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