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깨비의 맛지도(지역별 맛집탐방)

월곡역 해장국 맛집 – 돈킴명인감자탕, 이 국물은 진짜 사람 살린다

깨비루 2025. 3. 25. 17:25

 

성북구 월곡역. 별 기대 없이 나선 길이었는데, 웬걸. 3번 출구에서 슬렁슬렁 걷다 보니 어느새 앞에 "돈킴명인감자탕"이라는 큼직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에 '명인'이 들어간 순간 살짝 의심은 들었지만, 이런 집들이 또 간판보다 솥뚜껑에서 진심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

그리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 그날 뼈해장국 한 그릇에 영혼까지 치유됐다.


뼈해장국 – 와… 이건 거의 국물계의 중력장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한 건 단연 뼈해장국(9,000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안엔 돼지등뼈가 와장창 박혀 있고, 국물은 들깨풀어 고소함으로 무장한 채 넘실댄다. 깻잎, 시래기, 콩나물, 파, 그리고 산처럼 쌓인 들깨가루까지...

첫 숟갈? 순간 정적. 입에 넣자마자 국물이 혀를 감싸며 천천히 목으로 내려가는데, 그 순간 몸 안 어딘가에서 "이거야…" 하는 신음이 나왔다.
국물이 그냥 맑은 게 아니다. 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느끼하지 않은데 고소하고, 매콤함도 뒷심으로 치고 올라온다. 진짜 이 집, 국물 하나로 생존 가능할 듯.

뼈고기는 또 뭐냐. 젓가락으로 슬쩍 밀면 살이 스르륵 분리된다. 잡내? 없다. 퍽살도 아니고, 그렇다고 흐물흐물하지도 않고, 딱 '밥 숟가락에 올리기 좋은 결'로 익혀져 있다. 밥이랑 같이 퍼먹으면 입에서 녹아내리면서 들깨의 고소함과 시래기의 텁텁한 듯한 단맛이 와장창 폭발한다.


먹지 않았지만 상상만으로 침 고였던 그 메뉴들

사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메뉴들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뼈해장국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후각과 시선은 바빠 죽겠더라.

1. 황태해장국 (8,000원)

딱 봐도 속 풀리는 국물의 정석. 국물이 뽀얗고 부드럽게 올라오는데, 아침에 숙취 남아있는 사람한텐 그냥 약이다.
황태는 보기만 해도 결이 살아있고, 푹 익어서 국물에 맛이 완전히 녹아들었을 느낌. 계란 풀어져 있는 것도 보였는데, 그거 딱 한 숟갈이면 속 확 풀릴 것 같았다.
맵지 않지만 자극 없이 짭조름한 그 맛, 해장계의 백마탄 왕자님 느낌.

2. 얼큰이 뼈해장국 (10,000원)

국물 색부터 다르더라. 칼칼한 빨간 국물이 훅 끓고 있었는데, 후추랑 고춧가루가 기가 막히게 어우러졌는지 향이 코끝을 마비시켰다.
딱 봐도 매운 거 잘 못 먹는 사람은 긴장해야 할 것 같고, 매운 맛 마니아들에겐 중독 주의보급. 다음엔 이걸 도전해보고 싶다. 스트레스 쌓인 날엔 뼈 씹으며 이거 먹는 게 답이다.

3. 코다리등갈비정식 (12,000원)

이건 정말 반칙이다. 등갈비랑 코다리가 동시에 정식으로 나온다?
누군가는 탕 아닌 정식을 고를 수도 있잖아? 근데 이 집은 정식도 실하다. 옆 테이블에 나온 거 보니 등갈비는 윤기 흐르고, 코다리는 간간한 고추장 양념이 찐득하게 베여 있었음.
이건 솔직히 밥 두 공기 무조건 각이다. 집밥이랑 비교해도 손색 없고, 출장 나온 사람들 울면서 먹을 스타일.


이 집은 기본기가 진짜 탄탄하다

밑반찬? 별 거 없어 보여도 깍두기, 김치, 오이장아찌 다 하나하나 손맛이다. 김치는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한데, 국물이랑 같이 먹으면 조화가 예술이다.
스테인리스 그릇, 정갈한 세팅, 뜨거운 밥까지... 모든 게 ‘아, 여긴 음식을 정성으로 한다’는 느낌이었어.


총평

돈킴명인감자탕. 이름값 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나는 분명 뼈해장국만 먹었지만, 국물과 고기, 들깨, 시래기의 삼각합체에 미각이 녹아내렸고, 옆 테이블 음식 향에 배가 두 번째로 꺼졌다.

서울 살면서 해장국 찾고 있으면? 여기 꼭 가봐라.
해장 아니어도 가라. 이건 그냥 몸이 필요한 음식이다. 위장이 박수치고 장이 감동할 맛. 진짜 이런 집이 동네에 있으면, 아플 이유가 없다.


다음 목표는 얼큰이랑 코다리등갈비다. 어차피 재방문 확정이다.
속 따뜻하게 풀리고 싶을 때, 또는 그냥 뜨끈한 국물에 밥 한 숟갈 말고 싶은 날. 이 집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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